
🎤 나인뮤지스(Nine Muses) – Figaro
레트로 감성과 퍼포먼스 중심 콘셉트를 확립한 전환점
안녕하세요! 오늘은 K-pop 역사상 가장 저평가된 걸그룹 명곡 중 하나이자, 최근 '숨듣명' 열풍을 통해 뒤늦게 그 가치를 인정받은 곡을 리뷰해 보려고 합니다. 바로 **나인뮤지스(9MUSES)의 'Figaro'**입니다.
2011년 발매 당시, 멤버 재편이라는 위기 속에서 7인조로 돌아온 나인뮤지스는 이 곡을 통해 '모델 출신'이라는 편견을 깨고 독보적인 음악적 색깔을 구축하기 시작했는데요. 왜 '휘가로'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련된 디스코 팝의 정석으로 불리는지 그 매력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1. 곡 정보 및 개요
- 아티스트: 나인뮤지스 (9MUSES)
- 앨범: Figaro (Digital Single)
- 발매일: 2011년 8월 18일
- 작사/작곡/편곡: 한재호, 김승수 (Sweetune)
'Figaro'는 카라와 인피니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프로듀싱 팀 **스윗튠(Sweetune)**의 역작입니다. 70~80년대의 펑키한 디스코 사운드를 현대적인 팝 감성으로 재해석한 곡으로, 나인뮤지스 특유의 시원시원한 비주얼과 완벽한 음악적 조화를 보여주었습니다.
2. 음악적 분석 - 스윗튠과의 운명적 첫 만남
'Figaro'의 가장 결정적 의미는 스윗튠(Sweetune)과 나인뮤지스의 첫 협업이라는 점입니다.
주요 음악적 특징
- 스윗튠과의 첫 만남: 스윗튠은 이미 카라의 '미스터', '점핑', '루팡', '스텝'과 인피니트의 '다시 돌아와', 'Nothing's Over', 'BTD', '내꺼하자'로 K-POP 남녀 아이돌 모두에게 황금기를 선사한 최고의 작곡팀이었습니다. 'Figaro'를 시작으로 나인뮤지스 역시 스윗튠 사단에 합류하게 됐고, 이후 'News', 'Ticket', 'Dolls' 등이 연이어 스윗튠 작품으로 발표됐죠. 'Figaro'부터 그룹이 진짜 주목받기 시작하자 회사에서도 "다음 곡도 스윗튠과 작업하겠다" 고 확답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 빈티지 레트로 팝 사운드: 'Figaro'는 스윗튠 특유의 레트로 감성을 현대적 댄스팝에 녹인 사운드가 인상적입니다. 빈티지한 관악기 세션, 통통 튀는 베이스 라인, 경쾌한 드럼 비트가 결합된 이 곡은 2011년 당시 EDM과 후크송이 지배하던 흐름에서 복고 감성의 차별화를 선택했죠. 카라 '점핑'의 여성 그룹 버전 확장이라고도 볼 수 있는 접근이었습니다.
- 제목 'Figaro'의 오페라적 위트: 제목 'Figaro'는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에 등장하는 유명 아리아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 에서 따왔습니다. 오페라의 다급하게 부르는 이름 '피가로'를 현대 여성들이 사랑에 빠진 한 남자를 애타게 부르는 설정으로 치환한 위트가 돋보이죠. 후렴에서 반복되는 "휘가로 휘가로 Figaro" 구절은 오페라 원전의 유명한 장면을 그대로 K-POP화한 장치입니다.
- 9인조에서 7인조로의 변화에 맞춘 편곡: 멤버 감소에 맞춰 각 파트의 보컬 노출이 이전보다 훨씬 명확해졌고, 그룹의 보컬 역량이 한결 부각됐습니다. 이는 이후 나인뮤지스의 가창력이 집단적으로 성장하는 전환점이 됐죠.
3. 가사 해석 - 세련된 연애 유희
'Figaro'의 가사는 한 남자에게 빠진 여자의 애타는 외침을 세련되게 풀어낸 곡입니다.
후렴의 "휘가로 휘가로 Figaro" 반복은 로시니 오페라의 원전 그대로의 호출이지만, 맥락은 현대적 연애 상황으로 재해석됐죠. 떠난 남자를 애타게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자신의 존재를 봐달라는 호소, 그 사이에 섞인 당당함과 매혹적 자신감 — 이런 감정들이 위트 있게 표현됩니다.
이 곡은 2011년 당시 걸그룹 타이틀곡이 주로 귀여움(Bo Peep Bo Peep, Step)이나 직설적 섹시(Roly-Poly, Twinkle) 둘 중 하나를 택하던 상황에서, 세련되고 성숙한 여성의 자신감 있는 유혹이라는 드문 중간 지점을 개척했습니다. 모델돌이라는 나인뮤지스의 컨셉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졌죠. 172cm 평균 신장의 모델들이 부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가사의 톤이 '휘가로'에 담겨있었던 것입니다.
4. 7인 유닛 체제와 각 멤버의 존재감
'Figaro' 시기 나인뮤지스는 7인조 유닛 활동이었습니다. 이는 나인뮤지스A 이전의 첫 유닛 형태 활동이기도 했죠.
'Figaro' 활동 라인업
- 세라 — 리더, 메인보컬: 그룹의 중심 보컬. 'Figaro'의 성공을 이끈 핵심 인물. "망하면 끝"이라는 독기를 품고 임함.
- 혜미 — 메인보컬: 세라와 함께 그룹의 보컬 라인을 책임짐. 탄탄한 라이브 실력.
- 이샘 — 비주얼, 서브보컬: 모델 출신 비주얼. 이 시기에는 아직 보컬 파트가 거의 없었지만, 훗날 '돌즈'부터 보컬 파트를 받기 시작.
- 이유애린 — 서브보컬: 중국계 혈통의 특이한 비주얼. 이 시기 보컬 파트 비중은 적었음.
- 은지 — 서브보컬/랩: 귀여운 이미지 담당.
- 민하 — 막내, 서브보컬: 그룹의 막내. 훗날까지 오래 남는 핵심 멤버.
- 현아 — 리드보컬, 2010년 영입: 포미닛 현아와 동명이인. 부드럽고 예쁜 톤으로 리드보컬 역할.
데뷔곡과의 반전적 비교
'Figaro' 활동에서 멤버들은 비주얼·춤·가창력 모두에서 놀라운 발전을 보여줬습니다. 데뷔 곡 'No PlayBoy' 시절의 처참했던 라이브와 안무는 사라지고, 한층 성숙하고 안정된 무대가 펼쳐졌죠. 뮤직뱅크 컴백 무대에서 보여준 안무 싱크로와 보컬 안정성은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인뮤지스 달라졌다" 는 반응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1년 동안 멤버들이 독기를 품고 실력을 끌어올린 결과였고, 'Figaro'가 단순한 곡의 성공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환골탈태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죠.
모델돌에서 스윗튠 걸로
'Figaro'의 성공은 나인뮤지스의 포지셔닝을 "모델돌"에서 "스윗튠 사운드를 소화하는 실력파 걸그룹" 으로 전환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키가 큰 비주얼 그룹이라는 이미지에 음악적 완성도가 더해지면서, 그룹에 대한 평가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했죠.
5. 뮤직비디오와 서인영 로고 연결
'Figaro' 뮤직비디오 현장에서 사용된 '9MUSES' 로고는 흥미로운 크로스오버가 있습니다. 이 로고는 서인영의 '리듬속으로' 앨범 자켓에 썼던 로고와 똑같은 글씨체로 만들어졌죠. 서인영도 당시 스타제국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었기에, 소속사 내부에서 디자인 자산을 공유한 결과로 추정됩니다.
뮤직비디오는 세련된 도시 야경과 모노톤 배경을 활용해 7명 멤버들의 긴 실루엣과 모델적 매력을 부각하는 연출이었습니다. 화려한 CG나 무리한 서사 없이 멤버들의 존재감과 안무에 집중한 깔끔한 영상미는, 스윗튠의 복고 사운드와 맞물려 세련된 인상을 남겼죠.
6. 나인뮤지스 다큐멘터리와 생존 서사
'Figaro'의 감동을 더해주는 배경이 있습니다. 바로 다큐멘터리 영화 '나인뮤지스: 그녀들의 서바이벌'(2012) 입니다.
다큐멘터리 속 생존 투쟁
이 다큐멘터리는 나인뮤지스 데뷔 초의 처참한 실패와 멤버 교체, 연습실에서의 눈물과 고통을 그대로 담아낸 작품으로, K-POP 아이돌의 가장 적나라한 뒷모습을 보여준 명작 다큐로 평가받습니다. 다큐 속에서 멤버들이 끊임없이 "우리 이번에도 안 되면 끝이다" 라고 말하는 장면들, 회사 대표와의 긴장된 미팅, 탈퇴하는 멤버와 남은 멤버의 복잡한 감정 — 이 모든 것이 'Figaro' 발매를 전후로 한 시기였습니다.
이 다큐를 보고 'Figaro'를 다시 들으면, 이 곡이 단순한 히트곡이 아니라 그들의 눈물과 땀이 응축된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세라의 "독을 품었다"는 고백은 과장이 아니었던 것이죠.
스타제국의 중소기획사 분투기
나인뮤지스는 중소기획사의 한계를 실력으로 돌파한 드문 사례입니다. 대형 기획사의 자본과 시스템 없이, 오직 스윗튠과의 작업 그리고 멤버들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성공이었죠. 'Figaro'부터 시작된 이 반전 서사는 K-POP 팬덤에서 오래도록 "감동적인 언더독 스토리" 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7. 마치며: 여전히 유효한 나인뮤지스의 세련미
나인뮤지스의 'Figaro'는 유행을 따르기보다 자신들만의 색깔을 찾으려 노력했던 소중한 결과물입니다. 비록 당시에는 지상파 1위라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지라도, 15년이 흐른 지금 우리 곁에 가장 세련된 숨은 명곡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이 이 곡의 진짜 가치를 증명합니다.
지루한 일상 속에 펑키한 활력이 필요하거나, 2010년대 초반 K-pop의 정교한 팝 사운드가 그리운 날 다시 한번 'Figaro'를 재생해 보세요. 나인뮤지스가 전하는 당당한 에너지가 여러분의 하루를 무대 위 모델처럼 빛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